시조 이야기 3편 - 까마귀 눈비 맞아
1. 시조
까마귀 눈비 맞아 희는듯 검노매라
야광 명월이 밤인들 어두우랴
님 향한 일편단심이야 고칠 줄이 이시랴.
2. 지은이 : 박팽년
박팽년(1417~1456)은 조선시대 문신으로 자는 인수, 호는 취금헌입니다. 조선조 세종 때의 집현전 학사로 훈민정음 창제에도 참여 하였습니다. 1455년 수양대군이 어린 조카인 단종의 왕위를 빼앗자 울분을 참지 못해 경복궁 경회루 연못에 뛰어들어 자살하려 하였으나, 성삼문이 함께 후일을 도모자하고 만류해 단념합니다. 이 때부터 죽음을 각오하고 단종 복위 운동을 추진하기 시작합니다. 1456년 성삼문 등 사육신과 함께 단종 복위 운동을 추진하였으나, 김질이 세조에게 밀고하여 혹독한 국문을 받게 됩니다. 세조는 박팽년의 재주를 사모해 조용히 사람을 시켜 회유하려고 하였으나, 박팽년 역시 성삼문처럼 세조를 '전하'가 아니라 '나리'라 칭하며 거절합니다. 이에 세조가 '네가 이미 나에게 신이라 일컬었고 내게서 녹을 먹었으니 지금 비록 신이라 일컫지 아니해도 소용없다'고 하자 박팽년은 '나는 상왕의 신하로 충청 감사가 됐고 장계에도 나리에게 한번도 신이라 일컫지 아니했으며 녹도 먹지 않았소'라고 답하며 세조의 신하가 되길 거부합니다. 이는 소설 <육신전>에 나온 야설이고 <조선왕조실록>에는 오히려 곤장을 맞자 아버지를 포함해 가장 많은 인원을 자백했다고 정반대의 내용이 기술되어 있다. 단종 복위를 도모하다가 김질의 밀고로 박팽년은 심한 고문을 당해 옥사 했는데 이때 지은 시조라고 전해지는게 "까마귀 눈비 맞아"라고 죽기 전에 읊었다고 전해 지나 조선 초기까지는 작자 미상의 시조로 알려졌으며 시조 저자가 박팽년으로 붙여진 것은 사육신이 복권된 숙종 이후의 서적에서만 보이기 시작합니다.
사육신 : 조선 단종의 복위를 꾀하다가 사전에 발각되어 처형당한 성삼문, 박팽년, 이개, 하위지, 유성원, 유응부를 일컫는다. 이들은 집현전 학사로 세종의 신임을 받은 사람들로 단종 복위를 주장하다 실패하여 처형을 당한 사람들이다. 정조 때인 1719년, 단종을 위해 충성을 바친 신하들을 선정한 '장릉배식록'을 편정할 때, 아래와 같은 인물을 수록하였다.
사육신 : 성삼문, 박팽년, 이개, 하위지, 유성원, 유응부
육종영 : 6명의 종친. 즉, 세조의 동생인 안평대군, 금성대군, 화의군, 한남군, 영풍군과 태조의 이복 동생인 의화대군의 손자로 계유정난 당시 피살당한 판중추원사 이양 등을 가리킨다.
사의척 : 4명의 의로운 외척. 단종의 장인인 여량 부원군 송현수, 현덕 왕후의 남동생으로 단종의 외숙인 권자신, 경혜공주의 남편으로 단종의 매부인 영양위 정종, 단종의 후궁인 숙의 권씨의 아버지 권완을 가르킨다.
삼대신(삼상신) : 세명의 재상. 계유정난 때 제거된 영의정 황보인, 좌의정 김종서, 우의정 정분
양운검 : 복위 계획 당시 세조의 좌우에서 운검을 맡을 예정이었던 성승, 박쟁.
3. 말뜻
희는듯 검노매라 : 흰 듯하더니, 이내 검어지는구나. 수양대군(세조)의 변절을 비유한 것.
야광명월 : 밤에 빛나는 밝은 달, 또는 야광주와 명월주라는 밤에도 빛나는 보배로운 구슬. 본래는 달빛이 유난히 환하게 빛나는 밤의 풍경을 묘사하는 말이다. 이 외에도 둥글고 환한 달의 모습과 닮았다고 해서 옥구슬을 명월에 비유하기도 하는데, 어두운 밤에도 빛을 낸다는 진귀한 보석으로 야명주 또는 야광주, 명월주라고 하는 진주를 야광명월이라고도 한다. 단종의 임금의 정통성을 비유 한 것으로 해석.
일편단심 : 한 조각 붉은 마음이므로 지극한 충성심.
고칠 줄 : 변할 줄. 변할 일이.
이시랴 : 있으랴.
4. 감상
원래 색이 검은 까마귀는 흰 눈비를 맞아 겉이 잠깐 희게 보이나 실상은 다시 검어지니 정당하지 못한 일은 들러날 것이다라는 뜻을 함축하고 있습니다. 즉, 임금인 단종을 몰아내고 숙부가 그 자리에 앉은건 정당하지 못한 일이며, 지금은 힘에 눌려 모두가 굴복하고 있으나, 결국은 잘못된 일이라는 것이 드러난다는 뜻이죠. 그러나 밝은 달이나, 밤에도 빛을 내는 구슬은 밤이 되어 어두워져도 빛을 잃거나 변질되지 않으니 정통성은 변질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임금의 위치에 있는 세조를 흉물스러운 까마귀에 빗대는 동시에, 자신이 몸을 바쳐 모시고 옹호하려는 단종이야 말로 만고 불변의 정통성을 지닌 떳떳한 임금임을, 밤에도 빛을 내는 야광명월에 빗대어 자신의 뜻이 옮음을 이 시조에 담아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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